2025년 9월 25일, 국제개발협력학회 문화유산분과위원회(위원장: 이화종) 주최로 '대한민국 문화유산 ODA 라운드테이블'이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지난 6월 국제개발협력학회 하계 학술대회에서 열띤 논의를 이어간 "대한민국 문화유산 ODA의 현황과 전망" 주제의 연장선으로, 당시 다루지 못했던 내용을 심화하는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라운드테이블에는 약 30여 명의 온·오프라인 참가자가 함께했으며, 한양대학교 이화종 교수가 좌장을 맡았습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에는 전범환 연구원(국가유산진흥원),  김덕순 실장(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김시은 대표((주)아세안랩), 박민정 연구교수(국립외교원), 한나래 학예연구관(국가유산청)이 토론자로 참여해 문화유산 ODA의 정책적 방향성과 실무적 과제를 다각도로 논의했습니다.

전범환 국가유산진흥원 연구원은 문화유산 ODA의 정체성 확립을 강조했습니다. 최근 국가유산청의 ODA 사업예산이 문화체육관광부의 ODA 사업예산을 추월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러한 변화가 문화유산 ODA 사업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문화/문화유산 ODA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문화유산 ODA의 고유한 특성을 명확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사업수행기관 입장에서 지속 가능한 전문가 풀 구성 및 운영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관련 전문가들의 실무적인 소통 창구와 통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덕순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실장은 기존 유형문화유산 중심의 문화유산 ODA 사업에서 나아가, 무형문화유산의 전승과 활용을 지원하는 개발협력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사업 범위는 확대되었으나, 새로운 분야에서 개발협력 관점을 담은 성과 체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지표를 도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공유했습니다. 특히 무형문화유산 ODA 사업이 개발도상국의 사회문화적 발전을 주된 목표로 하기에 정량적 성과 설정의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이에 전범환 연구원은 문화유산 ODA 사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질적 평가를 수행하고, 평가 이해관계자 간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업의 효과성을 명확히 드러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박민정 교수는 차년도 ODA 예산이 감소한 상황에서, 성과 중심의 평가가 향후 더 강조될 것으로 전망하였습니다.

김시은 ㈜아세안랩 대표는 개발협력 공여국 입장에서, 그리고 한국의 부처 구분 문제의 연장선에서 문화 및 문화유산 ODA 사업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수원국의 입장에서는 동일한 영역일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ODA의 분절화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환경에서 문화와 문화유산을 구분하는 것은 지나치게 공여국 중심의 접근일 수도 있다며 수원국 관점의 필요성을 환기했습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박민정 국립외교원 연구교수는 올해 5월 발표된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ASEAN Community Vision 2045)' 주목하며, 아세안이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관점과 한국의 특수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이 필요로 하는 문화유산 ODA 사업의 상위 목표와 성과체계를 선제적으로 수원국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며, 한국이 문화유산 분야에서 선호하는 사업과 비교우위에 부합하는 사업에 대한 성과를 역제안한다면 수원국이 한국에 원하는 흐름에 부합하는 사업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아세안 문화예술작업반이 수립한 향후 10년간의 계획의 주요 Pillar가 문화유산, 창조경제, 아세안 정체성, 문화권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아세안에서 생각하는 문화유산은 현대적 문화까지 포괄한다는 점을 공유했습니다.

한나래 국가유산청 학예연구관은 신규 사업 발굴 차원의 국가유산청 업무 전략과 기대 성과를 설명하였습니다. 기존에는 사업수행기관이 자체적으로 기획하거나 정상회의 의제로서 사업이 발굴되었으나 최근에는 선제적으로 수요를 파악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문화유산 ODA 사업 모듈로서 포괄할 수 있는 사업 내용과 한국의 비교우위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에 공감하였습니다. 

이화종 좌장은 토론을 마무리하며 문화유산 ODA의 범위 규명이 학문적, 학술적 중요성 뿐만 아니라, 향후 정책과 전략적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ODA 사업의 정의와 범주를 바탕으로 전략을 설정하고, 이를 경제적, 사회·문화적 성과로도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화유산 ODA 사업 시행 부처와 수행기관이 소수인 가운데 더 많은 논의의 장과 소통의 장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문화유산 ODA의 개념적 정의와 범주를 바탕으로 유형문화유산 중심에서 무형문화유산, 자연유산 등을 포괄하는 확장된 방향성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주최 측인 국제개발협력학회 문화유산분과위원회는 앞으로도 후속 논의와 정책 제안을 이어갈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