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3일 수요일, 아산나눔재단 마루180에서 “세대를 잇는 질문: 우리는 어떤 국제개발협력 생태계를 남길 것인가”라는 제목의 제2차 공론장이 열렸습니다. 지난 5월 16일 “문제에서 해법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1차 공론장에 이어 마련된 이번 행사는 세대 간 관점을 연결하고 구조적 대안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현장 참가자 58명을 포함해 온·오프라인 합산 약 400명이 함께하며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는 공적인사적모임의 오의석 대표(국제개발협력학회 개발협력 생태계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의 발제로 시작되었습니다. 오 대표는 일본축구협회의 ‘2050년 월드컵 우승’ 장기 전략과 J리그의 ‘100년 구상(2092년)’을 사례로 제시하며, “저변 확대, 인재상 규정, 사회적 가치 확산을 가능하게 한 힘은 공동의 철학과 목표를 장기적으로 합의한 데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를 한국 국제개발협력과 비교하며 “지금까지는 개별 프로젝트 성과에 머물러 왔다”며 공동 목표와 장기 비전의 부재를 지적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왜 국제개발협력을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현재의 진단에서 출발해 공동 목표를 세우고, 현 세대 이후에도 남을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시니어 전문가 4인이 각자의 위치와 관점을 토대로 국제개발협력 일자리 생태계의 문제와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김철희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개발협력 직무와 산업이 국가 통계나 공식 분류체계에조차 등재되지 않은 현실을 지적하며, 이로 인해 직업 정의가 불명확하고 정책 변화에 따라 방향이 크게 흔들리는 구조적 불안정성이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일자리가 정부 발주 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시장의 수요·공급 논리가 작동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발협력 분야를 특수산업으로 지정하고 직무 분류 체계를 확립해야 하며, 정책 변화와 관계없이 장기적 제도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공공·민간·시민사회가 수평적으로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와 현장의 다양성을 반영한 직업 정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노대영 한국국제협력단 사업전략기획실 과장은 국제개발협력 생태계가 자체적으로 인력을 재생산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짚었습니다. 현재의 커리어 경로가 인턴, 봉사단, 코디네이터, NGO 취업으로 이어진 뒤 더 이상 명확한 종착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문제로 꼽으며, NGO와 공공기관 간 인력 이동이 단절되어 순환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공공기관이 권력적으로 일자리 구조와 배치를 결정하는 일방향적 구조 역시 한계로 언급했습니다. 그는 단순한 예산 확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커리어 패스 제도화가 핵심이며, NGO와 공공기관을 연결해 인력이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보애 원더스 인터내셔널 공동대표는 NGO와 시민사회 영역에서 여전히 낮은 처우와 고용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특히 기부금품 모집법의 오버헤드 비율 제한으로 인해 인건비 현실화가 어려운 구조를 지적하며, 평균적인 급여를 지급하려면 지나치게 큰 규모의 사업이 필요하다는 불합리성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NGO 종사자들이 “커피 한 잔도 사치”라는 사회적 인식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을 꼬집으며, 단순히 일자리를 ‘찾는’ 수준을 넘어 일자리를 ‘만드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해외 사례처럼 인건비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NGO·소셜벤처·창업 등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은샘 공적인사적모임 상임이사는 복잡한 개발협력 산업 구조에 비해 제도가 지나치게 단순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특히 용역 중심의 발주 구조 속에서 수행기관이 관리와 총괄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현실, 수주 건수와 금액에 치중된 평가 체계, 관리 인력에 대한 인건비 배정 부족 등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경로로 진입과 이탈, 재도전이 가능한 ‘정글짐’형 경력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수행기관이 자율적으로 관리 인건비를 편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성과 평가를 금액 중심에서 변화(아웃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아울러 PM, 테크니컬 어드바이저 등 직종별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정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곽재성 좌장은 토론을 마무리하며 “공공기관 중심 구조의 한계와 NGO·민간의 적극적인 참여 필요성”이 공통적으로 제기되었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단기적 처우 개선을 넘어, 다양한 경력 경로를 보장하는 장기적 구조 마련이 핵심임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공론장은 국제개발협력 일자리 생태계의 문제를 당사자의 목소리로 공론화하고, 세대 간 시각을 잇는 구조적 해법을 모색하는 두 번째 자리였습니다. 주최 측인 공적인사적모임과 국제개발협력학회 생태계 특별위원회는 앞으로도 후속 논의와 정책 제안을 이어갈 예정이며, 제3차 공론장은 오는 11월 개최됩니다.

“좋은 일”의 한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고 그 전문성이 인정받는 직업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여정에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